사회

'16살 여중생' 랜덤채팅 해보니…제2, 제3의 'n번방'은 계속 [이슈 탕탕탕]

지혜롬 기자

hyerom@tbs.seoul.kr

2021-10-1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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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멘트 】
    지난해 'n번방', '박사방' 사건으로 미성년자 성 착취 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는데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대처. 지금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요?

    미성년자 성 범죄의 주요 통로로 사용되고 있는 게 바로 '랜덤채팅 앱'입니다.

    정부가 '채팅 앱' 규제를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했는데요.

    이슈탕탕탕, 지혜롬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기자/스탠딩 】
    "채팅앱이 청소년 성매매의 주요 창구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청소년 성매매의 80%는 랜덤채팅 등 채팅앱을 통해 이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16살 여학생이 랜덤채팅방에 들어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여중생을 가장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프로필 사진은 등록하지 않았고, 자기소개에는 '16살 여중생'이라고 적었습니다."

    "가입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신체 부위를 보여 달라는 내용인데요. 대화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 랜덤채팅 대화
    [29세 남] XX.. 보여줘!
    [29세 남] 보여줘 궁금해.
    [기자] 16살인데요.
    [29세 남] 그게 어때서?
    [기자] 싫어요.
    [29세 남] 아쉽다.
    [29세 남] 보여준다고 안 닳는데.

    ※ 랜덤채팅 대화
    [34세 남] 조건만남 40만 원 드려요.
    [기자] ?
    [34세 남] 언제 볼 수 있나요?
    [기자] 저 16살 학생인데요.
    [34세 남] 괜찮아요.
    [34세 남] 어린 분 찾거든요.
    [기자] 안 할래요.
    [34세 남] 성 경험 있어요?
    [34세 남] 걱정 안 하셔도 돼요.
    [34세 남] 스킨십만 할게요.

    【 기자 】
    이틀간 온 백여 건의 메시지를 분석해본 결과 이들이 밝힌 평균나이는 29살.

    51%는 성적인 대화를 걸어왔고, 42%는 만남을 요구했습니다.

    미성년자임을 밝히며 거절 의사를 전달했지만 대부분 '상관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일부는 '돈을 더 주겠다'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는 랜덤채팅앱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랜덤채팅앱은 휴대전화 또는 실명 인증, 대화 저장, 신고 기능 도입 등이 의무화됐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능을 갖춰 만 12세, 16세 이상 청소년도 가입 가능한 랜덤채팅앱에서도 성적인 대화나 만남 요구가 빈번하게 이뤄졌고,

    만 18세 이상으로 이용이 제한된 앱 역시 부모 등 성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한다면 미성년자도 쉽게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 】이현숙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장 / 탁틴내일
    "실명 인증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 가능하고 우회해서 들어가는 경우들이 많이 있고요. (앱 운영 사업자들이) 서비스하다가 중단하고 다른 걸 개발할 수도 있고 새로운 걸 계속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사각지대들이 존재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연령 제한 없이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는데,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 '여중생', '여고생'이라고 검색하니 수십 개의 채팅방이 검색됩니다.

    지난 5일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해당 내용이 지적되기도 했는데, 정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현장음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입니다. 각종 음란채팅, 성매매, 성범죄, 도박, 사기에 이르기까지 범죄의 통로로 활용되고 아동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규제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 현장음 】한상혁 위원장 /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비밀 보호 영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개인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어서 균형점을 어떻게 잡아나갈 건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 기자/스탠딩 】
    "최근 '청소년 성 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 수사가 가능해졌습니다."

    'n번방 사건' 수사 당시 운영자 조주빈은 경찰이나 기자가 있을 수 있다며 공유방에 접속할 때 신분증 등의 인증을 요구했습니다.

    경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고, 위장 수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 인터뷰 】이승훈 경정/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
    "그동안 (위장 수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고 사후적으로 법원에 의해 판단을 받다 보니까 사후에 증거 능력이 부정되거나 수사관이 처벌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인 수사가 곤란했었는데요. 이번에 법제화되면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한계도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해당되는 만큼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는 활용할 수 없고, 주민등록법상 근거 조항이 없어 가상 인물의 신분증은 발급할 수 없다는 겁니다.

    【 인터뷰 】오선희 변호사 / 법무법인 혜명
    "진짜 신분증이 아니라 가상의 신분을 부여하는 절차가 있어야 수사관의 개인 생활이 보호되는데 법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이 안 나고 있으니까 수사하기 어려운 환경이 여전히 남아 있어요."

    또한 현재는 범죄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 이를 확인하기 절차로 '위장 수사'를 활용할 수 있고 예방적 차원에서의 이른바 '함정 수사'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 인터뷰 】오선희 변호사 / 법무법인 혜명
    "미국에서는 아동·청소년인 척하면서 말을 걸어서 유인하는 (수사) 방식도 쓰고 있거든요. 수사가 진행되고 기법이 쌓이면 적극적으로 범죄를 찾아다니는 방식도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해요."

    【 기자/스탠딩 】
    "국회에는 아동·청소년 성 매수자의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 매수자에 대한 법정 형량을 1년 이상에서 형법상의 강간죄와 동일하게 3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인터뷰 】권인숙 의원 / 더불어민주당
    "의제 강간이라고 해서 16세가 안 된 사람과 동의하에 성관계를 해도 그건 강간이거든요. 3년 형을 받게 되는데 라면이라도 하나 사주거나 성 매수적인, 돈을 지급한 부분이 있으면 1년형으로 뚝 떨어지는 거예요.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 이 법을 냈습니다."

    아동·청소년들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바르게 행사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보호하고자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 인터뷰 】권인숙 의원 / 더불어민주당
    "피해자가 너무 많아요. 청소년기에 심리적인 약함이라든가 경제적인 어려움 이런 것들이 굉장히 쉽게 악용되는 문화가 있고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책임지지 않아 왔다는 거죠. 플랫폼과 관련해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고 있는 것도 문제죠. 성인들도 걸려들 수 있는데 청소년들은 말할 것 없죠. 제대로 보호를 못 해 오고 그냥 내팽개쳐왔던 현실이 'n번방'을 만들었던 거잖아요."

    ※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몸을 성적인 대상으로 삼는 콘텐츠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공기처럼 그것에 익숙해져 버리는….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무엇을 경험하게 했는가"

    "아주 많은 가해자가 애정 표시였는데 장난이었는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냐고 말을 하거든요. 힘이 있는 쪽에서 힘이 없는 쪽으로 흐르는 폭력이고 범죄다."

    TBS 이슈탕탕탕 지혜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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