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월뉴공] 1.5도 마지노선 뚫리면 "이러다가 다 죽어!"

안미연 기자

meeyeon.ahn@tbs.seoul.kr

2022-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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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동 취재] 안미연, 정혜련, 최형주 기자

    안미연 기자: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흔히 'global warming' '지구 온난화'라고 지칭해온 현상이죠. 하지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최근엔 'global heating' '지구 가열'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늘고, 지난해(2021년)엔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이 '지구 가열'이라는 단어가 새로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점점 심화하는 '지구 가열화',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표면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인 19세기 후반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지 않으면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는데요.

    정혜련 기자:
    1, 2도 상승. 일상생활에서는 우리가 크게 느낄 수 없는 적은 온도차이지만, 매일의 날씨가 아닌 지구의 온도가 그만큼 상승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죠.

    【 인터뷰 】리즈 벤틀리 / 영국 왕립 기상학회장

    "고작 1도라는 작은 숫자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는 실제 극단적인 기상 현상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 인터뷰 】프란시스 퓰러 / 소도국가연합 기후대응 자문관
    "해안선, 집, 지역 사회 삶의 터전을 모두 쓸어버리는 더 극심한 홍수와 폭풍에 노출될 겁니다."

    최형주 기자: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더 많이 발생하게 되는 것인데요. 사람의 정상 체온인 36.5도보다 1.5도 높은 38도 이상의 고열 지속될 때 우리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좀 더 쉽게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안미연 기자:
    네, 그런데 문제는 금세기, 그러니까 2100년 안에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최소 3도 상승할 추세로 가고 있다는 것이죠.

    정혜련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재 지구 가열(지구 온난화)의 속도로 볼 때, 향후 5년 이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5도 더 높아질 확률은 이미 5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인서트 】페테리 탈라스 /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
    "우리는 1.5도보다는 2.5도에서 3도 정도의 지구 가열(지구 온난화)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아직 파리 협정이 목표로 하는 1.5도에서 2도 상승 제한 범위 안에 머물 수 있다는 희망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만 실제 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제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겁니다."


    안미연 기자:
    2015년 12월, 세계 196개국은 '파리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지구 가열(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이 전 지구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 인터뷰 】크리슈나 아츄타라오 / 인도델리공과대 대기과학 교수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 될 때까지 온도는 계속 상승할 겁니다. 더 많은 기후변화가 일어날 것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계획을 세워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나갈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합니다."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최형주 기자:
    현재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1도 가량 더 높아졌습니다.

    이는 기록적인 폭염, 폭우, 가뭄, 산불 증가 등으로 이어졌는데요. 지구 가열로 증발량이 늘면서 토양과 식물의 건조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육지에서 수분의 증발이 빨라지면서 일부 지역에는 가뭄이 발생했죠. 나무는 더 마르고, 산불 발생 빈도와 규모는 더 커졌습니다.

    정혜련 기자:
    한쪽에선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데 반해, 다른 한쪽에선 넘쳐나는 물이 문제가 됐는데요.

    더 따뜻해진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보유하는데, 섭씨 1도 상승으로 대기는 약 4~7% 더 많은 수증기를 가집니다. 대기 습도의 증가는 폭우로 이어졌죠.

    이상기후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눈과 얼음은 줄었는데요. 태양의 빛 에너지를 반사하는 얼음이 녹아 없어지며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고, (열 팽창으로) 해수면은 상승했습니다.

    최형주 기자:
    그 뿐만이 아니죠. 극지방의 온도가 올라가며 적도와의 온도차가 점점 줄어듦에 따라 대기가 더 순환되지 않고 한 자리에 머무는 '대기 정체' 현상도 빈번하게 발생하게 됐는데요.

    이는 살인적인 폭염과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안미연 기자:
    이 모든 것이 섭씨 1도 상승으로 초래된 결과라는 것인데요.

    정혜련 기자:
    결코 적은 상승폭이 아닌 거죠.

    세계 기후 환경 전문가들은 지구의 온도 상승 1.5도 이내 제한은 지구 가열(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재앙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마지노선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빌 헤어 / 기후 과학자,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대표
    "(기온 상승폭을 1.5도 아래로 제한한다고 해서) 모두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피해가 없다는 의미도 아니고요. 쉽게 말해 지구촌이 '자, 현재로서는 1.5도가 최선의 제한 속도인 것 같다'라고 합의한 것이죠. 100% 안전하진 않지만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를 줄이고, 인류는 지구 가열(지구 온난화)로 인한 변화에 적응할 여력을 얻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는 겁니다."


    【 인터뷰 】록시 매튜 콜 / 인도 열대기상연구소 기후학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강력한 태풍의 50% 증가, 3배 증가한 극단 폭우 현상, 해양 폭염 증가를 비롯한 다른 극단적 기후 현상, 이 모든 것이 지구 표면 온도 1도 상승으로 일어난 반응입니다."

    2도 이상의 기후변화를 과학자들은 지구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과학자들의 예상에 따르면 지구 기온 상승 폭 섭씨 2도는 1.5도와 0.5도 차이에 불과하지만, 극한 기상 현상의 빈번함과 강도의 강화, 그리고 해수면 상승 등에 있어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변화들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임계점을 지나면서 모든 것이 한순간에 균형이 깨지고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 단계


    【 인터뷰 】리즈 벤틀리 / 영국 왕립 기상학회장
    "예를 들어 지구 온도 상승폭이 1.5도에서 2도로 0.5도 더 높아지면 동물과 식물에 미치는 영향은 2배로 증가할 겁니다. 곤충을 통해 이동하죠. (지구 온도 상승의) 영향은 북극 지역과 빙하에도 미칠 텐데요. 0.5도 가열(온난화)에 따른 영향은 10배까지 증가하게 됩니다."


    【 인터뷰 】프란시스 퓰러 / 소도국가연합 기후대응 자문관
    "0.5도 상승은 실제 작은 섬나라와 주민들에게 있어 생명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느냐, 재앙적인 손실과 피해를 입게 되느냐를 결정짓게 되는 (엄청난) 차이입니다. 0.5도 추가 상승은 2100년까지 10㎝ (추가) 지구 해수면 상승, 길어지는 폭염 기간, 모든 산호초가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고요."



    안미연 기자:
    결국 지구 가열(지구 온난화)의 마지노선인 1.5도 상승을 막기 위한 넷제로(Net Zero) 시계는 더 빨라졌죠.

    최형주 기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AR6)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제시했는데요.

    이와 더불어 IPCC는 지금까지 전 세계가 내놓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는 21세기 내에 1.5도 상승을 제한하긴 어렵다고 경고했습니다.

    *IPCC: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정부 간 협의체, 195개 당사국 참여


    【 인터뷰 】록시 매튜 콜 / 인도 열대기상연구소 기후학자

    "(다수의) 기후 모델과 IPCC 보고서는 다른 무엇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정말 가까운 미래인 2020년과 2040년 사이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할 것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 시대이죠. 2040년과 2060년 사이에는 2도 상승을 전망하고 있고요."


    【 인터뷰 】프란시스 퓰러 / 소도국가연합 기후대응 자문관
    "기본적으로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과 G20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가 실현되어야 하는데요. 모든 선진국은 2030년까지 자국의 전력 공급 시스템에서 탈석탄을 달성해야 합니다."

    정혜련 기자:
    지난달(6월) 과학 저널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된 가장 최신의 기후변화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위기는 지난날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에 따른 결과지만, 인류가 파국적인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현재, 그리고 향후 몇 년간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에 달려있다고 하는데요.

    【 인터뷰 】빌 헤어 / 기후 과학자,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대표
    "배출량 감축으로의 전환이 향후 5년 이내 이뤄져야 하는데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술, 경제적으로 그것이 실현 가능한 것임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인류는 그럼으로써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 인터뷰 】크리슈나 아츄타라오 / 인도델리공과대 대기과학과 교수
    "우리가 실제로 어떤 노력을 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남겨진 시간의 창은 빠르게 닫히고 있습니다. 빨리 행동해야 합니다."

    안미연 기자:
    '넷제로(Net Zero)' 달성이 정말 시급한 문제네요.



    정혜련 기자:
    연구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금 당장 '0'으로 줄인다 해도 10년 안에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할 가능성은 여전히 4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고, 전 세계가 더 늦은 2029년까지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한다고 하면 그 가능성은 66%까지 높아졌습니다.

    안미연 기자:
    하지만 현실은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고 있는데다, 향후 몇 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을 감안하면 10년 안에 넷제로 달성은 현 시점에서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데요.

    정혜련 기자: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문제죠.



    최형주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각국의 환경 관련 정책과 공약을 기준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대비 2030년까지 오히려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에 따른 재난과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죠.

    정혜련 기자:
    기록을 갱신하는 폭염, 집중 호우, 또 갈수록 더 잦아지고 심해지는 미세먼지와 산불은 우리가 사는 한반도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고요.

    안미연 기자: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변화, 지금 당장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인류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저희와 이야기를 나눈 기후 환경 전문가들은 거듭 경고했는데요.

    오늘날의 전 세계 아이들은 조부모 세대에 비해 극심한 기후 현상을 겪을 확률이 이미 7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미래 세대가 져야 할 부담, 치르게 될 비용. 지금 우리의 결정과 실천에 달려 있습니다.

    [인터뷰]



    △리즈 벤틀리 (Liz Bentley)

    -영국 왕립기상학회 회장

    -前영국 레딩대 기상학 교수

    -前영국 국방부 항공 예보 전문가

    -前BBC 기상 센터 책임자

    △ 빌 헤어 (Bill Hare)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설립자, 대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4차 보고서 주저자, 노벨상 수상

    -교토의정서(1997), 파리기후변화협약(2015) 등 국제 기후 협약 참여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 리더

    -호주 머독 대학교 에너지공학 교수


    △크리슈나 아츄타라오 (Krishna Achutarao)

    -인도델리공과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

    -인도델리공과대학교 대기과학센터장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 주저자

    △ 프란시스 퓰러 (Frances Fuller)

    -앤티가 바부다 태생

    -카리브해 국가 기후위기 대응 전략 전문가

    -소도국가연합 (Alliance of Small Island States, AOSIS) 기후 대응 자문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기후연구소 소장

    -前유엔 기후변화협약사무국 사무총장 특별보좌관

    △ 록시 매튜 콜 (Roxy Mathew Koll)

    -인도 열대기상연구소(IIT) 기후학자

    -인도태평양 지역전문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해양 및 지구 빙권 평가보고서 주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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