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직접돌봄 중단?…허울뿐인 약자와의 동행

국윤진 기자

tbsfact@tbs.seoul.kr

2023-05-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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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VCR 】
    일곱 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지혜(가명) 어머니.

    아침마다 집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어린이집에 차로 아이를 등하원시키고 있습니다.

    회사와도 정반대 방향에 있는 어린이집을 고집한 이유는 공공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김지혜(가명) / 학부모
    "원래 대림동 여기 어린이집 앞에서 살다가 도림동에 이사를 간 거예요. 그런데도 어린이집을 안 옮겼어요. 장애통합반이 있는 공공어린이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영등포구에…."

    또래보다 언어 학습 속도가 느린 아이를 위한 맞춤형 지도와 다양한 치료 수업 등 이곳에서만 받을 수 있는 보육 프로그램에 신뢰도가 높았습니다.

    【 인터뷰 】김지혜(가명) / 학부모
    "언어가 조금 늦어서 아무래도 선생님 케어가 바로 애하고 1 대 1 케어 정도로 들어가니까. 원래는 (아이) 3 대 1로 붙여서 선생님이 (케어)해주시는 건데 거의 아이하고 밀접해서 해주시니까 만족도가 높아지더라고요."

    10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왕진(가명)씨.

    다문화가정 부모로서, 민간어린이집을 이용할 때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눈치 보지 않고 아이를 맡길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 】왕진(가명) / 학부모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원장님들이 성향에 따라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좀 배제한다, 수를 줄인다는 말을 들었어요. 여기는 모든 선생님들께서도 아이들을 너무 잘 돌봐주셔서 한 번 더 믿음이 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어린이집의 운영자가 바뀔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우려가 큽니다.

    【 인터뷰 】왕진(가명) / 학부모
    "만약에 어린이집이 민간 위탁으로 전환된다면 무엇보다 여기 다니는 아이들의 정서 안정 문제가 걱정이 되고…."

    부모들은 물론 취약계층 보육에 앞장서 온 선생님들도 걱정이 앞섭니다.

    【 인터뷰 】강신애 / 영등포든든어린이집 보육교사
    "아이들도 당연히 지금 선생님들하고 너무 잘 지내고 있는 상황인데 만약에 여기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지금 이 아이들은 중간에라도 다른 원을 알아봐야 되는 상황이거든요. 우리 아이들같이 적응이 어려운 친구들이 다른 원으로 가서 학기 중간에 다시 적응한다는 거는 아이들한테도 너무 힘든 일이 될 거예요."


    ▶▶▶ 관련 내용에 대해 Q&A로 정리했습니다.

    Q. 취약계층 아이들이 잘 다니던 어린이집을 앞으로 못 다닐 수도 있게 되는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상황입니까?

    A. 네,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시 출연기관이죠.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국공립어린이집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이 기관에 대한 설명을 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서울시가 지난 2019년 3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라는 투자출연기관을 만들어서 아동 돌봄서비스를 공공이 직접 제공해 보자는 취지로 국공립어린이집 운영을 맡겼습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노원, 서대문, 영등포, 중랑, 은평 등 서울시내 총 7곳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해 왔는데요.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어린이집 운영을 종료하기로 한 겁니다.

    당장 지난 월요일이었던 5월 1일 위탁운영 종료가 통보된 송파어린이집은 오는 9월 말까지만 운영되고요. 나머지 다른 어린이집에도 순차적으로 운영 종료가 통보될 예정입니다.

    Q. 학부모들에겐 매우 갑작스럽고 당혹스러운 소식이 아닐까 싶은데요?

    A. 네, 사업을 종료한다는 결정 과정이 교사나 학부모들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급하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학부모들을 취재해 보니, 그동안 교사들의 안정적인 처우와 질 좋은 보육환경에 만족도가 높았다는 응답이 많았는데요. 이대로 운영이 종료되면 당장 신학기가 시작돼서 아이를 맡길 다른 어린이집을 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요.

    특히 다문화가정 아이 등 민간어린이집에서 소외될 수 있는 취약계층 학부모들의 반발과 걱정이 큰데요.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서울시청 앞에서 어린이집 존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특히 취약계층 학부모들의 반발과 걱정이 크다고 했는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해 온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일반 국공립어린이집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네, 보통 일반적인 국공립어린이집은 민간이 운영하고 공공이 관리감독만 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시에서 아예 예산을 받아 어린이집을 운영하다 보니까 보육교사들도 정규직이고요. 어린이들의 급식 단가도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맞벌이가정을 위한 야간연장형, 장애 영유아를 위한 장애통합반, 다문화가정 아이를 위한 다문화반 등 취약계층 보육을 중점 지원하고 있고, 현재 4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Q. 이렇게 영유아 보육뿐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과 장애인들의 상황도 여의치가 않은데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일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를 직접 만나보고 오셨다고요?

    A. 네, 돌봄사업 중단 결정에 대해 장애인, 노인요양에 종사하는 다른 노동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 VCR 】
    올해로 13년째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김정남씨.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소속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안정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이용자와 활동지원사간 1대1 매칭으로 일했던 민간기관과 달리, 상황에 따라 2~3명씩 팀제로 일하며 서비스를 끊임없이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김정남 /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장애인활동지원사
    "활동지원사가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안 오게 되면 이용자님이 (지원사를) 구해야 되는 상황인 거예요 당장. 그런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같은 경우는 어떤 식으로든 그 서비스를 메꿔줄 수 있게끔 누구라도 가서 해주는 시스템인 거예요."

    민간에서 기피하는 사각지대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자부심이 컸습니다.

    【 인터뷰 】김정남 /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장애인활동지원사
    "민간에서 시간이 되게 짧은 이용자들이 있어요. 그럼 한 달에 100시간이 안 되는, 70~80시간 정도밖에 안 되는 이용자들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 이용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활동지원사를 구할 수가 없어요. 그게 우리한테 오는 거예요. 서사원에 와서 이런 것들을 한다는 자부심 같은 게 있어요."

    하지만 김씨가 속한 성동센터는 당장 다음 달 말, 서울시사회서비스원과 임대차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지원받던 장애인 40여 명은 다른 기관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 인터뷰 】안정란 / 최중증 뇌병변장애인
    "말도 안 되는 소리이고요. (선생님이) 안 바뀌는 게 좋아요."

    【 인터뷰 】방상연 / 최중증 뇌병변장애인
    "공공의 역할도 있고요. 솔직히 민간에서 하는 것도 있어요. 근데 공공이랑 민간이랑 같이 가는 게 좋잖아요. 약자와의 동행이라고 그랬는데 그 약자가 누굽니까. 그 약자가 도대체 우리 장애인들입니까 아니면 민간들이 약자입니까."

    공공돌봄이 후퇴하고 있는 현실에 결국 휠체어를 타고 거리에 나왔습니다.

    【 현장음 】
    "안정된 돌봄을 위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선택했지만 당신들은 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죽이고 계신가요?"
    ▶▶▶

    Q. 서비스를 이용해 온 분들도, 직원들도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인데 갑자기 왜 이런 결정이 나온 건가요?

    A. 예산이 많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의회는 올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예산을 100억 원 삭감한 68억 원으로 의결했습니다. 그간 시의회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도 그만큼의 실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해 왔는데요.

    시의회는 데이케어센터나 어린이집의 정원충족률이 인근 다른 기관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이런 저조한 성과는 안정적인 급여가 보장된 구조 안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성과급 과다 지급 등을 이유로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기관 경고'를 내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Q. 안정적인 급여가 보장돼 직원들이 나태하게 일했다는 주장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실상은 좀 다르다고요?

    A. 그렇습니다. 한 연구단체가 서울, 경기 등 전국 14개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약 70%는 노동조건이 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나마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예산이 많은 도시여서 직원들을 월급제로 고용할 수 있었지만, 경력이 인정되는 임금체계가 아닙니다. 1년을 일하든 5년을 일하든 시급이 매년 그해에 정해지는 서울형 생활임금 수준이다 보니까 돌봄노동자의 실수령액이 200만 원도 채 안 되는 실정입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최혜진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민간기관에 비해서 근로 시간이 짧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실 근로시간 자체가 짧은 건 아니더라고요. 주 40시간 근무는 지키고 있는데, 사례 회의 등은 서비스 제공시간으로 잡히지 않잖아요. 또 민간기관과 비교했을 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요양등급이 좀 낮은 이용자 돌봄에 집중했다, 그래서 일을 게을리 했다는 주장인 건데요. 요양등급이 높은 이용자는 서비스 시간이 길거든요. 그 분들은 대체로 와병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민간 요양보호사들이 선호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짧은 이용자를 여러 건 담당하면 이동시간은 길고 실제 서비스한 시간은 짧기 때문에 민간 요양보호사가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줄어들잖아요. 이렇게 민간에서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 안 되는 사람들이기에 사회서비스원이 제공했을 수도 있고 사실 좀 더 깊이 있게 접근했어야 되는 부분들은 있었던 것 같은데 딱 두 가지 근거로 이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안 했다, 존재 의미가 없다, 이렇게 가는 결론은 좀 근거가 부족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Q.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자체 혁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대책을 내놨습니까?

    A.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그간 해오던 서비스가 대부분 민간과 중복돼 오히려 공공돌봄의 기능을 찾기 어려웠다며, '직접 서비스 제공'에서 '민간기관 지원'으로 기조를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국공립어린이집과 데이케어센터 계약 해지를 포함해
    그간 직접 제공해 온 재가장기요양사업을 중단하고,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최중증 발달장애인들의 주간활동만 지원하는 긴급돌봄사업으로 바꾸는 등 '한시적 긴급돌봄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돌봄노동자의 정규직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현재 12곳인 돌봄센터를 4곳으로 통폐합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Q. 하지만 돌봄센터나 국공립어린이집은 늘려도 모자랄 판에 아예 없애거나 줄이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고요.

    A. 네, 갑작스럽게 돌봄 수요가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긴급돌봄SOS사업의 경우 자치구 예산으로 실시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돌봄센터가 없는 자치구의 이용자들은 오히려 서비스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양질의 돌봄을 직접 제공하겠다는 공적 임무와 책임을 부정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관계자와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 인터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 (음성변조)
    "저희는 직원들이 있으니까 긴급돌봄에 즉시 투입이 돼야 되는데 민간은 섭외하는 시간이 걸리니까 아무래도 저희한테 먼저 의뢰가 오거든요. 지역을 벗어나면 그걸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풀뿌리 돌봄은 지역을 벗어나면 망하는 길이다, 지금 (센터) 12개를 25개로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그걸 줄인다고 하는 건 결국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 인터뷰 】양난주 /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중앙정부와 시도는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고 서비스 질을 높이고 종사자들의 처우에 대해서 개선방안을 만드는 데 책임을 가진다. 그것을 위해서 사회서비스원이 존재하는 것이고 어떠어떠한 사업을 한다는 게 이제 법제적인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이거든요. 근데 최근에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상황이라든지 이런 걸 들었을 때는 굉장히 미약했던 출발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잘할까의 문제가 아니라 그나마도 후퇴시키는 행태라고 생각이 들고요. 상당히 우려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서비스는 민간에 과하게 의존해 왔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담당해 온 공공돌봄은 누군가에겐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적인 요소인데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예산 삭감이 국가가 마땅히 수행해야 할 공공돌봄의 역할마저 저버리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보다 깊은 고민과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밀착취재T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국윤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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