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밀착취재T] 멀쩡한 공원 밀고 골프장 만든다는 구청

김호정 기자

tbs5327@tbs.seoul.kr

2023-05-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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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요즘 이용객이 부쩍 늘어난 여가시설이 있습니다. 바로 파크골프장인데요. 
     
    최근 서울 서대문구청이 백련근린공원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면서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김호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의 한 공원에 있는 파크골프장입니다.

    평일이지만 여가 활동을 즐기는 어르신들로 북적입니다.

    【 현장음 】
    "오, 굿샷! 나이스 샷! 이게 제대로 나왔다."

    일반 골프와 달리 골프채 한 자루로 티샷에서 퍼팅까지 할 수 있어, 골프채와 공만 있으면 경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규칙도 간단하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최근 노년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인터뷰 】정한석 /송파구 주민
    "파크골프는 친교를 하다 보니깐 교제도 잘 되고 건강에도 좋고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코스를 따라 걸으며 자연스레 운동도 할 수 있습니다.

    【 인터뷰 】김옥이 /송파구 주민
    "폐활량도 좋아지고 다리 힘도 좋아지고 근력도 키우고. 그리고 밤이 되면 잠이 안 오잖아요. 노약자들이 그런데 와서 친구들이랑 즐겁게 두 시간씩 하고 가면 저녁에 잠도 잘오고. 무리하지도 않고. 너무 좋아요."

    이용료도 4~5,000원 정도로 저렴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덩달아 파크골프장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늘었는데, 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 우후죽순 골프장을 만들다 보니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휴식처였던 서대문구의 백련근린공원은 구청장이 파크골프장 조성에 나서면서 없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 인터뷰 】홍은2동 주민
    "여기 와서 운동도 하고 또 아침에 나오고 저녁에도 이렇게 오고 시간 나는 대로 들락날락하고 또 여기가 없어지면 이 나무들 얼마나 많이 공들여서 키우고. 또 이거 하나만 옮긴다 해도 몇 십만 원 몇억씩 없어지는데 이 허비한 것이 너무 아깝잖아요."

    백련근린공원 내 파크골프장 건립은 지난해 8월 서대문구청장과 직능단체장의 차담회에서 파크골프협회의 건의로 시작됐습니다.

    서대문구는 인근의 여러 파크골프장을 견학한 뒤 백련근린공원으로 터를 정하고 올해 2월에는 7억 5,000만 원의 예산도 편성했습니다.

    이어 3월에는 설계용역에 착수했는데, 주민 의견을 듣는 자리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서대문구청 관계자
    "사전에 예산 편성 전 단계부터 이런 민원이 예상이 됐으면 저희가 사전에 지역 주민들 의견 수렴도 하고서 했으면 좋았을 것 같지만 이 파크골프장이 거기에 들어가면 안 되는 시설도 아니고...용역이라는 거를 해서 용역안이 나왔을 때 그걸 가지고 주민들하고 설명회나 아니면 공청회를 통해서 이렇게 공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는 거지."

    애초에 백련근린공원에 파크골프장을 지을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도시공원과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보면 근린 공원에 설치하는 특정 시설은 공원 전체 면적의 20%를 넘지 못하게 돼 있는데, 백련근린공원의 특정 시설 비율은 이미 기준을 초과한 23.2%입니다.

    파크골프장이 들어서기 위해선 시행규칙 개정이 이뤄져야 가능한데, 이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상반기에 개정을 검토하고 있고 구체적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서호성 /서대문구의회 의원
    "앞으로 법을, 법령을 개정할 것을 예측해서 그 전 해에 미리 예산을 편성하고 확정해서 설계용역까지 마치고 주민들이 그렇게 반발함에도 불구하고 거주지역하고 3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파크골프장. 아무리 미니 골프장이라 하더라도 대중적인 파크골프장을 만들려고 생각한다는 게 어이가 없습니다."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백련근린공원의 생태연못에는 서울시 보호종으로 지정된 두꺼비가 서식하고 있고, 최근에는 1급수에만 사는 도롱뇽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민병희/ 홍은동 주민
    "여기는 개구리도 있고 두꺼비도 있고 그리고 도롱뇽도 있어요. 이 동네에는 소쩍새도 있고요. 그리고 말똥가리라고 하죠. 약간 매 과인데 그런 새도 있고요. 만약에 여기에 그런 파크골프장이 들어온다면 농약을 칠 거 아니에요. 잔디라서 당연히 그 농약이 흘러내려서 이 습지대로 들어올 텐데..."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의 폭도 좁아 파크골프장을 이용하는 차량이 주정차를 하게 되면 주민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 인터뷰 】오수미 /홍은동 주민
    "아이들이 이제 손 붙잡고 여기로 오는데 차가 지나가니까 선생님이 얘들아 한쪽으로 붙어 붙어 붙어 붙어 이러니까 애들이 쪼르르 붙는 거예요.
    그 정도로 좁은 도로거든요 여기는 그래서 그게 참 위험하다는 생각을 평소에 했었어요.
    그냥 그러다가 이제 파크골프장이 생긴다고 하니깐. 그런데 차도 많이 올 것 같고..."

    파크골프장 조성을 두고 주민 반대와 갈등을 겪자 취소한 사례도 있습니다.

    인천 남동구는 인천 아시아드 근린공원에 파크골프장 건립을 추진했다가 주민들이 반대하자 재검토에 들어갔습니다.

    파크골프장 건설은 갖가지 문제점이 불거지며 하나둘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영남권 파크골프장 70여곳 가운데 62%가 불법 또는 무허가 확장이 이뤄졌다며 6월까지 원상복구하라고 나섰고, 광주에서는 영산강 터에 파크골프장 건설을 추진했으나 환경단체의 반대에 직면했습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행정은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리포트 영상에 못 담은 상세한 내용, Q&A로 정리했습니다.

    Q. 지금은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A. 서대문구청은 실시설계 용역이 착수하고 20여 일이 지나서 반대 주민들과 면담을 했습니다.
    단 한 차례만 이뤄졌는데, 지난달 13일에 주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여론조사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당초 용역 조사 방식은 백련근린공원이 위치한 홍은2동 거주민을 대상으로 직접 대면해 조사하겠다고 했는데, 5일 뒤 조사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설문 대상도 홍은2동 주민에서 서대문구민 전체로 바뀌었고, 대면 조사는 온라인 조사와 병행하도록 했습니다.

    【 인터뷰 】서호성 /서대문구의회 의원
    "그 대상자가 누군지 아세요? 논골 주민들도 아니고 홍은 2동 주민들도 아니고. 서대문구민 전체예요. 논골에, 백련근린공원에 파크골프장을 짓는데 이것을 지을까요, 말까요. 적합하나요, 안 하나요. 이것을 신촌 주민에게 묻는다는 얘기예요."

    Q. 주택가 사이에 난 도로가 무척 좁은데다 주정차된 차량까지 있어서 오가기 쉽지 않아 보였는데요. 구청 쪽에서는 주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고 했나요?

    A. 우선 공원 옆에는 청년미래주택이라고 소규모 아파트가 있어요. 공원 출입구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외부 차량이 들어오면 이 아파트에 불법 주차를 할 수 있겠죠. 이런 부분을 막기 위해서 차단기와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인근에 있는 견인차량보관소나 다른 주차장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 인터뷰 】서대문구청 관계자
    "CCTV를 설치해가지고 단속은 단속대로 하고, 그 다음에 예약을 할 때 자가용을 가지고 와서 이용을 하다가 만약에 문제를 야기시키거나 했다 그러면 이 사람은 아예 앞으로 예약을 그냥 박탈을 시키는 방법. 그러면서 대중교통을 가령 버스나 마을버스나 아니면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Q. 파크골프장이 들어서는 자리에는 숲을 조성하기로 돼 있었다는데?

    A. 서대문구는 지난해 지속가능발전 이행 계획에서 2026년까지 5,500㎡의 도시 숲을 조성하여 도심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겠다고 했는데요.

    바로 그 자리에 파크골프장의 클럽하우스가 들어가게 됐습니다.

    【 인터뷰 】김유리 /녹색당 서울시당
    "2022년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기로 했던 그 땅을 이미 공원으로 조성을 하고 있었고, 그리고 2026년까지도 계속해서 확대해서 관리를 하면 지속 가능한 발전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상쇄하는 숲으로서 기능을 하게 하겠다. 이런 계획을 세웠고 이행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같은 해에 이제 파크골프장 조성을 하겠다라고 하는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을 한 상태라고 봐야 합니다."

    Q. 파크골프장을 관리하려면 아무래도 잔디에 농약을 뿌리지 않은지요?

    A. 다른 파크골프장의 경우 매주 1회 월요일 휴장을 하는데, 휴장을 하는 월요일마다 잔디 관리를 위한 약을 뿌리고 있습니다.

    백련근린공원에도 파크골프장이 들어서게 된다면 잔디 관리를 위해선 농도가 낮다 하더라도 농약을 살포하지 않을 수 없겠죠.

    주민들은 이 농약이 30m 정도 떨어진 주택으로 유입되거나 살포 과정에서 비산되는 농약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김희철 / 홍은2동 주민
    "농약 같은 문제를 되게 간과하면 안 되는 게 보통 친환경 골프장이라고 그래도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농약을 살포합니다. 왜냐하면 잔디 질을 관리하기 위해서 그런 행동들을 하고 있는데요. 이 행동들이 반복돼서 이 인근 주민들에게 그러니까 주택지랑 한 10m, 15m 정도밖에 차이 안 나는 이곳에서 뿌려질 경우에는 인근 주민들의 생활을 보존하기 어렵습니다."

    이 주민은 특히 여름철 모기 등 해충 방제를 위해 공원에서 연 2회 정도 방제 작업을 하는데, 이 방제 작업을 한 뒤 구청에서는 주민들에게 산책 등 공원 출입을 막기도 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Q. 파크골프장 협회원과 주민들과의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상당하다고요?

    A. 부산의 한 공원에서는 파크골프를 위해 친 그물망 때문에 주민과 협회 간 분쟁이 일어났습니다.

    주민들은 공원의 잔디밭에서 돗자리도 깔고 하면서 자유롭게 이용하고 싶은데 그물망이 쳐져 있어서 들어가질 못하는 겁니다.

    또 그물망이 길게 쳐져 있다보니 가로질러서 갈 수 있는 길을 빙 돌아가야 한다는 거죠.

    인천 남동구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는데, 파크골프와 유사한 그라운드 골프장을 둘러싼 사례입니다.

    그라운드 골프는 인조 잔디 등 비교적 평평한 공간에서 홀 깃대에 공을 넣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미니 골프입니다.

    남동구에 마련된 이 구장은 오전에는 노년층들을 위해 그라운드 골프장으로 사용되고 오후 4시가 되면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나 주민들이 배드민턴이나 가벼운 공놀이를 즐기기도 하지만, 골프장 주변에 울타리가 설치돼 있어 반려견을 키우는 주민들이 자주 이용합니다.

    구장을 관리하는 협회 측은 반려견들의 배설물이 잘 치워지지 않아 경기를 즐기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합니다.

    【 인터뷰 】이응열 /인천 남동구 그라운드 골프협회장
    "저희가 제일 큰 애로사항은 반려견이 아주 들어와서 그 배설물 치우지 않는 것과 또 개털이 날려가지고 늘 운동 그 노인들이 건강에 아주 지장이 너무 많은 그런 거 제일 어려운 문제고..
    사용 시간도 문제에요. 왜냐하면 낮에는 폭염에 할 수가 없는데, 주민과 같이 쓰니깐 이제 4시까지만 운동장을 쓸 수 있다 하니깐 저녁에 서늘하거나 그럴 때는 사용을 못하죠."

    또 날이 더워지면 낮 동안 활동이 힘들어 그늘막 설치나 이용시간 변경이 필요한대, 그늘막 설치를 두고도 주민의 민원이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반면 주민들은 모두가 이용하는 다목적구장인데, 협회 측이 수시로 문을 잠그고 특정 연령층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 인터뷰 】최응조/ 남동구 주민
    "이게 나라 걸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 독점을 해서 그냥 문 잠궈 놓고 못 쓰게 하니까 그게 불편한 거죠. 골프 여기 치시는 건 4시까지 치시고 그냥 가시면 되는데 문을 다 잠가놓고 여기를 못 쓰게 하니까 왜 그러냐면 어린 애들 같은 경우는 담 넘어서 들어오거든요. 그러면 다칠 위험도 있고..."

    청주 지역에 있는 파크골프장의 경우 협회에 가입하고 연회비를 내야만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는데요.

    20여개 동호회가 지정된 날에만 골프장을 사용고 동호회 소속을 드러내는 스티커를 부착하게 강제했습니다.

    결국 청주시가 가입을 강제하거나 일반 시민의 이용을 막지 말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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