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랑] 시공간을 흔드는 중력파, 아인슈타인도 몰랐던 활용법 대방출

백창은 기자

bce@tbs.seoul.kr

2022-12-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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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중력파와 파전의 상관관계

    오정근> 안녕하세요. 저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중력 응용연구팀에서 근무하는 오정근입니다.

    백창은> 저희 <싸바나> 구독자분들이 리사 랜들 선생님 인터뷰 때문에 이미 내공이 많이 다져지셨어요. 그래도 일단 중력파가 무엇인지 먼저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정근> 중력파는 중력 더하기 파죠. 그러니까 중력은 중력, 밀가루. 파는 거기에 파를 얹으면 파전이 되죠.

    오정근> 중력파는 중력이라는 현상이 파동을 따라서 전파되는 현상인데 질량을 가진 물질은 항상 중력의 영향을 받죠. 그래서 질량을 가진 물질이 가속 운동을 하게 되면 중력이 변화하게 되는데 그 중력의 변화가 파동의 물결처럼 시공간에 퍼져나가는 것을 중력파라고 불러요. 우리가 호수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똑같은 일이 우주에서 생기는 거예요. 별이 터진다든지, 별 두 개가 갑자기 충돌한다든지, 계속 돌고 있다든지. 그러면 그게 계속 움직이니까 시공간을 흔들어 놓는 거예요. 중력의 변화가.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퍼져나간다고 해서 중력파라고 불렀고 이걸 처음에 이름 지은 사람이 아인슈타인이에요. 1916년에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하고 그 다음에 쓴 논문에서 중력파라고 이름을 붙였죠.

    오정근> 옛날에는 중력파가 상대론 책에 몇 줄 안 나왔어요. 한 반 페이지 정도? 그리고 라이고가 이런 걸 한다더라. 끝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어떤 책에도 썼는데 약간의 가려움 같은 게 있었죠. 이론 물리를 하면서 제가 어느 학회에서 발표했는데 교수님께서 발표를 들으시고서는 질문을 하시기를 너무 이론에 치우친 거니까 이게 실제 관측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고민해보라는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학생 때. 그 말을 계속 염두에 두고 있다가 중력파 프로젝트를 보니까 이게 너무 그 말과 맞는 거죠. 그래서 ‘이것도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중력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죠.

    ▶ 다중신호 천문학의 시작

    백창은> 아인슈타인이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 그게 실제로 검출되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잖아요. 미국의 라이고 중력파 검출기가 처음으로 검출을 해냈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수십 개의 중력파가 계속 검출이 되고 있고. 혹시 그중에서 연구자 입장에서 흥미로웠던 중력파가 있었나요?

    오정근> 한 2개 정도 있는데 첫 번째가 최초로 발견된 것. 저희가 이름을 붙이거든요. GW라고 붙이고 뒤에다 날짜를 붙여요. 발견된 날짜. 그래서 150914라고 부르는데 2015년 9월 14일에 발견된 거죠. 왜 기억에 남냐면 제 생일날 발견된 거예요.

    백창은> 정말요?

    오정근> 그래서 집에서 생일 파티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이메일을 저녁 때 딱 받고 설마, 이러면서 케이크 먹으면서 이메일 계속 확인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두 번째는 GW170817이라고 2017년 8월 17일에 발견됐는데. 첫 번째는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한 건데 얘는 중성자별 두 개가 충돌한 거예요. 중성자별은 그냥 물질이거든요. 별이 최종적으로 수축해서 생긴 물질이 충돌한 것이라서 충돌하고 나면 얘가 빛을 방출해요. 그러니까 중력파를 받고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천문대에서 빛을 관측하면 없던 별이 생기는 걸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수 년 동안 연습을 많이 했죠. 라이고(미국 중력파 검출기)와 천문대들이.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거예요. 그래서 검출된 중력파 데이터를 받고 1.7초 뒤에 우주에 있는 감마선 망원경에서 동일한 신호를 포착해서 그 두 개를 섞어보니까 하늘의 어느 부분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딱 정해놓고 그 부근에 있었던 은하를 찾았어요. 4993이라는 타원 은하를 찾아서 그곳을 관측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랬더니 모든 파장의 빛을 거기서 다 봤어요. 가시광선부터 적외선, 자외선, 전파 다 봐서 중력파의 신호를 받아서 관측한 최초의 사례가 된 거죠. 이게 천문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게 중력파를 이용한 다중신호 천문학을 처음 연 사건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도 천문연구원에 있는 남반구 3대의 망원경이 계속 8시간마다 릴레이 관측을 해서 굉장히 큰 기여를 했던 사건이기도 해서 기억에 남는 사건 중에 하나죠.

    ▶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중력파

    백창은> 다중신호 천문학 말씀도 해 주셨지만 그러면 그거 말고도 검출된 중력파로 할 수 있는 연구가 어떤 게 있나요?

    오정근> 많죠. 일단 블랙홀 충돌을 굉장히 많이 보고 있어요. 지금 현재까지 80여 개가 넘는 블랙홀이 충돌해서. 그러니까 블랙홀이 충돌하고 그냥 튕겨 나가는 게 아니라 두 개가 합쳐져서 더 무겁고 큰 질량을 가지는 블랙홀로 진화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가장 큰 질량을 가진 걸로 추정되는 게 태양 질량의 200배까지도 관측이 됐으니까. 이거는 빛으로만 관측했던 과거에는 전혀 알 수 없는 사실이거든요. 블랙홀이 이렇게 많이 발견될 거라는 것도 새로운 일이고 쌍성으로 존재하는 게 이렇게 많다는 것도 새로운 일이고. 이게 충돌해서 합쳐지고 있다는 걸 계속 보고 있는 거니까 그게 중력파를 관측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인 것이고. 그러면서 블랙홀이라는 대상 자체가 아직도 신비로운 존재인데 블랙홀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앞으로 생기는 거죠.

    오정근> 중력파 연구는 이제 천문학에서는 뺄 수가 없는 트렌드가 되었고. 중요한 발견들이 여태까지 있었고. 중력파 자체의 발견보다도 중력파를 이용해서 한 관측 사실에 중요한 사실을 알게 돼 가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그런 면에서 인간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수단을 하나 가진 거예요.

    ▶ 중력파를 검출하고 싶다면?

    백창은>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중력파 검출기가 전 세계 곳곳에 있고 사실 한때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도 중력파 검출기 제작을 논의했다고 들었는데 그 당시에 왜 제작이 무산됐나요?

    오정근> 지금도 논의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작이 무산됐다는 표현도 맞고 반은 틀린데. 왜냐하면, 제작하려면 설계도가 있어야 하고 제작할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제작비가 있어야 되는데 셋 다 없었어요. 미국이 어떻게 했는지 들여다보니까 라이고를 건설하기 전에 이미 20~30년 동안 그것과 관련된 지원이 있었던 거예요. 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그래서 예를 들어 노벨상을 받은 MIT 라이너 바이스 교수님 같은 경우 그분이 이미 1970년대에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험실을 만들어서 첫 실험을 시작했는데 그때 받은 연구비가 9만 7,000달러였어요. 얼마 안 되는 것이거든요. 그 돈을 가지고 실험을 시작한 것이고 그러면서 계속 수십 년간 그 기술을 개발하면서 10m, 20m, 40m 이렇게 크기를 키워가면서 장비를 만들었던 건데. 우리는 아직 그런 걸 겪어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 단계부터 하자. 나 때는 못하지만 누군가가 밟고 할 수 있는 길을 일단 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협력단 분들이 동의를 하셨고. 그래서 하나하나씩 시작해보는 단계에 있는 거죠.

    오정근> 사람한테 투자를 좀 했으면 좋겠어요. 장비를 사는 건 되는데 사람을 뽑는 건 안 된다. 이거는 좀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모든 아이디어나 장비를 만들거나 프로젝트를 하는 것들이 다 사람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건데 사람이 없으면 돈이 있더라도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사람을 키우고 양성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첫 번째고요. 제가 강연을 가면 찾아오는 학생들이 이 공부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요. 저는 그냥 지금 상황에서는 유학을 가라고밖에 얘기를 못해요. 외국에서는 천체 물리학 분야가 우리보다 뜨거운 분야이고 전망이 있고 연구자로서의 업적을 쌓을 수 있는 블루오션과 같은 곳인데 한국에서는 여건이 그거에 못 미치게 훨씬 열악해요.

    ▶ 말 한마디에 지하 1㎞로

    백창은> 최근에 강원도 정선에 기초과학연구원이 암흑물질 연구 실험실을 만들었고. 예미랩이죠. 그리고 그 실험실의 일부를 빌려서 미세 중력을 측정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셨잖아요. 그러면 우리나라도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건가요?

    오정근> 그러면 참 좋겠어요. 사실은 거기까지는 아니고요. 아까 말씀하셨던 한국에서 중력파 검출기를 만들려고 하는 그 프로젝트를 저희가 공부해보니까 너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예요. 대략 한 1,000억 원 이상 1년에 들어가야 하고. 그 장치를 만드는 것 자체도 사실상 지금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돼요. 왜냐하면 5톤짜리 질량을 초전도 현상으로 띄워야 하고 그런 5톤짜리 몇 개를 공중에 매달아야 하고. 이런 일들을 해야 하거든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 대신 이 개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까 이것을 작게 만들면 우주에서 오는 중력파는 찾지 못하지만 크기를 작게 만들면 지구에서 발생하는 중력 변화를 잴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지진이 일어났을 때 생기는 중력 변화를 측정할 수 있겠다. 그런 아이디어를 전 세계 사람들도 많이 공유하고 있는데. 지진을 지금 우리가 기술로 검출하고 경고하는 것은 P파가 오는 걸 감지해서 더 큰 피해가 오는 S파의 예보를 해주는 것이거든요. P파의 속도는 초속 한 8㎞ 정도 돼요. S파는 그것의 절반, 초속 4㎞ 정도. 그런데 중력은 빛의 속도로 날아오거든요.

    백창은> 훨씬 더 빠른 거죠.

    오정근> 그렇죠. 그러면 그 사이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확보해서 위급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특히 바다에서 일어난 지진 같은 경우는 육지로 오기까지 P파를 감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니까 훨씬 더 효용성이 있을 수 있겠다. 마침 프랑스의 연구진 중에 한 그룹이 그 연구를 했어요. 동일본 대지진이 2011년에 일어났을 때 주변 동아시아에 있는 광대역 지진계 데이터와 일본에 있었던 초전도 중력계라고 하는 가장 민감한 측정 장치 데이터를 이용해서 P파가 오기 전에 있는 중력 신호를 찾아냈다고 주장했어요. 그게 그들의 주장이라서 믿지 않고 여전히 논란거리이기는 하지만 힌트를 하나를 준 거죠. 중력을 재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길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일본에 있었던 초전도 중력계와 동일한 장치를 캐나다의 캘거리 대학에 계신 분과 협의해서 한국으로 가져온 거예요. 대부분은 이게 다른 목적으로 쓰는 장치들이라 땅 위에 설치가 돼 있는데 저희는 이 장치가 만들어진 이래 아마 가장 깊은 곳에 넣어놓은 거고.

    백창은> 몇 백m 아래 있잖아요.

    오정근> 지하 1㎞. 1,000m. 일본도 사실은 지하 1㎞ 정도 땅속에 묻었는데 일본은 산이 높아서 해수면보다 굉장히 높아요. 그런데 우리는 해수면 100m 아래에 있어요.

    백창은> 애초에 어떻게 그렇게 깊이 넣으실 생각을 하신 거예요?

    오정근> 제가 예미랩이 완공될 거라는 걸 그 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예미랩에 두면 어때요?’ 라고 장난처럼 얘기를 했는데 갑자기 그거 괜찮겠다고 하신 거예요. 처음에 ‘설마 되겠어?’라고 다들 안 믿었는데 5월쯤 되니까 저는 기초과학연구원 가서 세미나 하고 있고. 사용 승인서 이런 거 써서 내니까 되고 있고. 사람들은 통관 얘기하고 있고. 시작 시작된 거죠.

    백창은> 말 한마디 던졌는데 일사천리로.

    오정근> 그래서 (2022년) 8월에 설치하네, 10월에 설치하네 시기 얘기하고 있고. 그러다가 일사천리로 협약 체결하고 장비 배송되고. 그래서 (2022년) 1월에 장비가 와버렸어요.

    ▶ 중력의 변화로 지진을 측정한다

    백창은> 그러면 다른 나라들은 지표면에 설치가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1,000m 깊이에 아주 깊숙하게 설치돼 있으면 다른 것에 비해서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오정근> 지하 실험 시설들의 장점이 있어서 그런 실험을 하는 건데요. 예미랩도 사실은 그 이유예요. 지하 깊숙히 들어가면 잡음이 굉장히 줄죠. 조용한 환경이 돼요. 예를 들어서 지표에 있으면 공기의 압력 변화로 인한 잡음, 비행기 지나가고 땅이 흔들리는 건 기본이고. 그래도 지표의 운동 자체가 없고 사람이 걸어 다니는, 트럭이 지나가는 이런 것도 다 제거가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예미랩 실험도 거기서 하는 거고. 저희도 저잡음 환경을 선호하는 이유는 중력파 검출기도 사실은 잡음이 없을수록 좋아요. 왜냐하면 중력파가 거울을 이렇게 흔들어서 중력파가 오는지 볼 수 있는 건데. 라이고 같은 경우 보면 출퇴근 시간대에 잡음이 잡히거든요. 이런 건 알면 아니까 빼는데 이걸 모르면 중력파로 오인할 수도 있어요.

    백창은> 그리고 또 빼는 수고로움이 있잖아요.

    오정근> 그렇죠. 그게 너무 극심하면 데이터를 못 쓰기도 하고 가동하다가 가동이 중단되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지진이 일어나면 레이저에 락을 걸어 놓는다고 하는데 레이저 락이 풀려서 그냥 가동이 멈춰요. 그런 상황이 생기면 그때 중력파가 우연히 지나가면 못 보는 것이거든요.

    백창은> 최근에 충북 괴산에서 일어난 지진도 지진계와 검출한 것과 같이 검출했다고 들었어요.

    오정근> 처음에 levitation이라고 하는데 추를 띄우는 것이거든요. 초전도 공을 이렇게 띄워서, 초전도 현상에 의해서 자기장이 걸리면 공이 이렇게 떠요. 공중에 자기 부상처럼. 그러면 공이 떠 있을 때 중력이 변하면 공이 이렇게 계속 움직이거든요. 이게 중력의 변화를 측정하는 거예요. 공이 움직인 것을 다시 돌릴 때 전류를 걸어서 다시 옮겨준 뒤에 그 전류값을 읽으면 중력이 얼만큼 변했는지 재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지진이 났으면 그 변화도 읽겠죠. 땅이 흔들리는 변화도 읽겠죠. 그래서 켜자마자 신호가 잡혀서 ‘이게 뭐지?’ 하고 한참 지났는데 처음에 잡은 신호는 필리핀에서 일어난 지진이었어요. 나중에 보니까. 그래서 그렇게 가동을 하다가 아마 토요일쯤이었을 거예요. 토요일 아침에 신호가 얼마 이상 넘으면 알람이 오도록, 이메일이 오도록 설정을 해놨는데 이메일이 온 거예요. 새벽쯤이었나? 아마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다들 채팅하면서 ‘이거 뭐지?’ ‘괴산 지진이야.’ 이러면서 그 데이터 들여다보고. 괴산 지진이 우리가 아는 신호가 알람이 와서 처음으로 잡은 거죠.

    ▶ 활화산의 마그마를 중력으로 관찰한다?

    백창은> 앞으로 그 검출기가 잡아낼 데이터가 굉장히 귀중할 것 같아요. 이 정도 깊이에서 지금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게 우리나라에 있는 것밖에 없으니까. 앞으로 그런 데이터 가지고 어떤 연구를 계획하고 계신 게 있으세요?

    오정근> 지진의 프리커서. 프리커서를 찾을 수 있는가. 이게 질문이고 두 번째는 저희가 지금 라이고나 카그라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지금 아인슈타인 망원경에 가입을 하려고 해요. 그게 500m 지하 환경에서 건설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하 환경의 환경 잡음을 연구하는 게 중요한 이슈인데. 비슷한 지하 환경에 있는 데이터로 연구를 미리 해두면 기여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죠. 이 장치를 일본과 중국이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동아시아 네트워크를 만들면 사실상 한 곳에서 재는 것보다 여러 곳에서 재는 데이터들이 훨씬 더 귀중할 수 있어서. 특히 지진 탐지 같은 경우에는 그 네트워크를 이용한 관측을 해보려고 동아시아의 중력계 연구 그룹을 만들어 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백창은> 또 땅에서 일어나는 활동 중에 하나가 화산 활동이 있잖아요.

    오정근> 화산에 대한 연구도 사실은 많이 해요. 이 장치를 가지고. 저희가 처음 지난해 연구할 때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도 이 장치를 화산 근처에 갖다 놓고 화산의 마그마 활동을 관찰하는데도 써요.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한 100대쯤 갖고 있으면 활용도가 굉장히 높은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사실상 몇 대 없어요. 그리고 대부분 여러 이유로 공동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고. 지금 아마 갖고 있는 장비 중에 저희가 도입한, 저희 소유는 아니지만 캘거리 대학과 협력으로 들어온 것이긴 하지만 이 장비가 공동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라고 생각이 들어요.

    오정근> 미국에서 대형 프로젝트들이 성공해서 인터뷰하잖아요. 인터뷰에서 누가 이렇게 물어봤다고 해요. 이걸 왜 하냐고. 그랬더니 연구자가 ‘궁금하니까.’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그래서 인터뷰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한테도 물어봤더니 ‘우리도 궁금하다고.’ 그 얘기를 했대요. 그러니까 같은 과학적 질문, 과학적인 거대한 질문에 대해서 과학자만 질문을 하고 고민하고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라 그런 나라들은 정부도 관심을 가지고 국민들도 그걸 궁금해 하고. 그게 다 같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인식의 변화가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약간 그게 아쉽죠. 우리나라는 과학과 과학 교육의 입시가 따로 노는 셈인 거죠.

    ▶ 중력 문명의 시대가 온다

    백창은> 아까도 말씀해 주셨지만 굉장히 장기적인 연구를 계속하고 계신 거잖아요. 10년 뒤가 짧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10년 뒤 자신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세요?

    오정근> 10년 뒤면 금방이죠. 은퇴할 때쯤인 것 같은데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다. 제 원래 신조거든요. 누구든. 그런데 제가 그때도 연구하고 있을지 아니면 어떤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행복한 일을 했으면 좋겠고 그게 행복하면 그걸 계속 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오정근> 인간이 중력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뭔가를 이해하고 그것을 우리 삶에 이용하는 걸 우리는 문명이라고 불렀는데. 신석기 문명, 청동기 문명. 지금 우리는 제가 생각할 때는 전자기파 문명을 살고 있어요. 휴대폰이 없으면 저도 밥을 못 먹거든요. 중력은 아직 멀었죠. 그런 차원에서 중력을 이용하고 있지는 않아요. 중력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렇지만 중력파의 발견이 그 첫 단추를 끼지 않았나. 이해하는 시점에서. 그런 면에서 중력파는 저한테 새로운 문명의 시작을 본 역사적인 순간에 있었던 일.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거죠.

    취재·구성 백창은
    영상 편집 이아름
    영상 취재 윤재우 류지현 김용균 전인제
    CG 이슬
    뉴스그래픽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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