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심듣귀] "우리 동네 숲이 쓰러졌어요"


서울 마포구 성미산

평소 주민들이 수시로 찾는 마포구의 작은 산입니다.

지난달 구청은 이곳에 있던 오래된 나무들을 베고 얼마 전부터 나무를 다시 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홍정희 / 성미산 마을주민
"마을 주민들은 살을 도려내는 것 같다, 눈물이 난다고 말씀하시고. 저희가 상상하지도 못한 장면이 펼쳐져 있어서 다들 큰 상처, 낙심."

수십 년 된 100여 그루의 나무가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의 놀이터는 공사장이 됐습니다.

【 인터뷰 】정이랑 / 성서초등학교
"아침 운동할 때 매일 와요. 공사하는 사람들 잘못은 아니지만 공사하는 게 싫고…"

【 인터뷰 】이서윤 / 성서초등학교
"어릴 때부터 여기 왔었어요. 새들도 보고 전에 너구리도 봤어요. (나무를) 확 잘라버리니까 휑해서 전혀 산 같지 않아요. 슬프고 화나요."

"우리 연서 옛날에 여기 등굣길이었어요."

【 인터뷰 】박연서 / 성서초등학교
"(이 길로 등교한 거예요?) 원래 (등교) 그렇게 했었어요. 딱따구리랑 솔부엉이랑 직박구리도 봤고…"

누군가의 기억 속엔 처음이 아닌 공사입니다.

【 인터뷰 】문해람 / 성미산학교
"초등학교 1학년 때 나무를 베려고 전기톱을 들고 올라오시면 아침부터 마을 어른들, 어린이들 같이 와서 나무를 안았어요. 큰 나무를 각자 한 그루씩 안고 있었고 그때 되게 나무에 대한 마음도 그랬고 되게 슬펐던 것 같아요. 그때 기억이…올 때마다 너무 많이 바뀌어 있어서…"

마포구청은 성미산 재정비 사업의 하나로 이번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 인터뷰 】정성문 / 마포구청 공원기획팀장
"(성미산은) 아카시아림이 80% 이상 돼 있는 산입니다. 그것들이 생명을 다해서 끝이 다 썩어서 떨어지고 대부분 동공이 생겼어요. 수명을 다한 것들이 80~90% 이상이었습니다. 그런 불량하고 위험한 수목을 참나무류 중심의 건강한 숲으로 만들기 위해서 여기를 복원하려고 하고 있고요."

40~50년 된 외래종인 아까시나무를 토종 수목으로 바꾸겠다는 건데,

【 인터뷰 】홍정희 / 성미산 마을주민
"성미산 재정비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문제제기 하고 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사진이 올라오는 거예요. 나무를 베고 있다고 저희는 공사 일자도 몰랐어요. 현수막도 없었고 무엇을 한다고 하는 공지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토벌을 시작한거죠."

【 인터뷰 】박영민 / 성미산 마을주민
"애초에 아까시나무를 뽑는 것에 대해 주민들이 반대를 했던 게 아니라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뽑아버리면 산이나 여기 동식물 입장에서는 급격한 변화니까 동식물 생태계가 교란된다는 거죠. 개발이 너무 단기간에 예산과 인간 편의 위주로 가고 있는…"

한꺼번에,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나무들

【 인터뷰 】정성문 / 마포구청 공원기획팀장
"지금 공사는 무리하게 된 부분이 있으니 사과드린다고 말씀드렸고 앞으로는 점진적으로 할 거예요."

【 인터뷰 】홍정희 / 성미산 마을주민
"다 베어버리고 사과하면 뭐해요. (구청은) 10번 정도 우리랑 소통했다고 하는데 공청회 과정은 소통하려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저 나무는 5~6년이면 숲이 우거질 것이라고 하는데 같이 함께 살았던 생명체들은 어디로 가 있겠어요."

당장 주민들의 상실감은 큽니다.

【 인터뷰 】전광훈 / 성미산 마을주민
"이건 사업 구역을 놓고 다 파내버린 거란 말이에요. 전혀 저는 생태 숲을 만든다는 의미가 뭐지"

【 인터뷰 】박영민 / 성미산 마을주민
"실용만 갖고 자연 생태계를 대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런 걸 생각하면서 가려면 긴 호흡으로 주민 협의체를 구성하고…"

서울 도봉구 해등로


나무가 무더기로 베어진 또 다른 현장입니다.

하늘에서 보니 한쪽이 텅 비어 있습니다.

끊어진 녹지를 잇는 녹지연결로 사업이 추진되면서 베어진 겁니다.

【 인터뷰 】강주혜 /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
"2월말 토요일 아침 일찍 이곳에 사는 주민이 '여기 나무가 베어지고 있다' 그 소리를 듣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거의 한쪽 면이 허허벌판이 돼 있도록 공사가 벌써 진행됐어요. 행정은 주민들과의 절차를 지켰다고 하지만 충분히 주민들에게 알려지고 이런 과정들이 너무 미흡했다고 생각하고…"

아직 나무들이 베어지지 않은 반대편으로 가봤습니다.

한때 이곳에도 중장비가 들어와 주민들이 막아서는 일이 있었습니다.

【 인터뷰 】강우근 / 도봉구 해등로 주민
"우리가 여기 막지 않았으면 벌써 여기 있는 나무들은 다…벚나무들이 다 위기에 처해 있는 거예요. 벌써 이건 쓰러져 있잖아요."

도봉구청은 현재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과 협의하겠다는 입장,
주민들은 오늘도 공사 현장 앞에서 반대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 인터뷰 】강주혜 /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
"북한산이 보이는 경관도 해치고 조성돼 있는 숲도 망가뜨리고 주민들은 31억 원의 예산을 왜 여기다 쓰냐…"

숲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봄,
이들이 보고 싶은 건 다시 푸른 숲입니다.


"들현호색도 이제 막 꽃이 피네요."
"다시 숲이 무성해지면 좋겠고 파릇파릇한 숲이 됐으면"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민심듣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sim@tbs.seoul.kr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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