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심듣귀] 학교가 사라졌다? #한 재개발 동네의 이야기

이민정 기자

lmj@tbs.seoul.kr

2022-04-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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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절대 사수?

    갈현1구역 조합원 A씨
    "제발 학교 부지 좀 살려주십시오"

    학교 부지를 살려달라?

    갈현1구역 조합장
    "결정은 교육청에서 하는 거지 우리가 하는 건 아니다"

    재개발이 추진 중인 서울시 은평구 갈현1구역입니다.

    최근 이 동네에서는 초등학교 지키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갈현1구역 조합원 A씨
    "제가 갈현1구역을 선택한 이유는 초등학교가 아파트 단지 안에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가깝게 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학교 부지를 없앤다고 하는 거예요."


    초품아를 지키겠다고 시작된 운동


    갈현1구역 조합원 B씨
    "조합원 2,700명 정도인데 700명 정도 동의하셨고"

    그런데 학교 부지가 왜 갑자기 사라졌다고 하는 걸까?

    지난해 8월 조합 측은 교육청에 공문을 하나 보냅니다.

    교육청이 학생 수 감소 등의 이유로 다른 재개발 구역의 학교 설립을 무산시켰는데 갈현1구역은 어떻게 되는 건지 답을 달라는 거였습니다.

    갈현1구역 조합장
    "불광5구역, 응암2구역 같은 데가 학교 부지가 해제됐어요. 응암2구역 같은 경우는 교육청이 학교를 짓는다고 하다가 건물이 올라가는 상태에서 안 짓는다고 해서 부랴부랴 다시 설계 변경을 했어요. 교육청에서 갈현1구역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도 우리가 파악을 해야"

    석 달 뒤 교육청은 조합 측에

    최종 학교 설립을 결정할 교육부의 기준이라면서 학교를 지으려면 땅이 지금보다 두 배 넓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물었고

    다음 달 조합은 대의원 회의에서
    학교 용지 수용 또는 해제 여부 의결의 건을
    해제로 가결했습니다.


    ▶학교가 사라졌다?


    갈현1구역 조합원 C씨
    "대의원 110명이 있는데 그중에서 90% 이상이 학교 부지 해제를 찬성하고 그 결정이 난 이후에도 조합원들에게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갈현1구역 조합장
    "지금 학교 부지가 완전히 해제된 게 아니에요. 교육청에서 땅을 더 내놓을 수 있느냐 해서 우리가 이사회 대의원 회의를 해서 학교 부지를 더 못 내놓겠다고 통보한 거고"

    갈현1구역 조합원 D씨
    "우리한테 알리지도 않고 전혀 의사소통이 안 되고 있어요."

    갈현1구역 조합장
    "교육청에서 답이 오면 총회에서 논의하려고 했습니다."

    조합은 교육청이 요구한 부지 추가 확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이지,
    학교를 짓지 않겠다고 한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갈현1구역 조합장
    "여기에다 학교를 그냥 짓든지, 아니면 해제를 시키든지, 그 결정은 교육청에서 하는 거지 우리가 하는 게 아니에요."

    갈현1구역 조합원 B씨
    "억지를 부리고 학교를 세워달라는 게 아니라 시공사에서 광고하는 영상 같은 거 보면 학교가 분명히 있었거든요."

    재개발 사업 홍보 책자에도 학교 부지가 위치해 있습니다.

    부동산 관계자
    "저희도 처음에 설계가 그렇게 돼 있어서 설명을 그렇게 드렸으니까 지금 변경되면 학교를 원하는 조합원들은 입주할 이유가 없어지죠."

    갈현1구역 조합 관계자
    "재개발 초기 당시 법은 무조건 3만 5천 평 이상이면 학교 부지를 두게 돼 있었어요. 추후에 교육청하고 합의를 해 나가야 하는 건데"



    ▶그래서 학교는 없던 일?

    교육청이 공문에 명시한 땅을 두 배로 넓혀라?
    이게 어렵다는 건 조합도, 학교를 지키자는 조합원도 같은 생각입니다.

    갈현1구역 조합원 C씨
    "설계가 완료된 재개발 지역에서 두 배의 땅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그냥 하지 말라는 거죠."

    갈현1구역 조합장
    "여기서 땅을 더 내놓으면 한 단지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거예요."

    하지만 학교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릅니다.

    갈현1구역 조합원 C씨
    "원안대로 저희는 무조건 학교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보고요."

    갈현1구역 조합장
    "학교가 있으면 좋죠. 조합은 교육청에서 만약에 학교를 안 짓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2, 3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초품아를 지키려는 이유

    갈현1구역 조합원 B씨
    "사람이 좋은 환경에서 좋게 살고 싶고 교육의 질도 올리고 싶고"

    갈현1구역 조합원 D씨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가 있는 아파트를 선호하거든요."


    현재 이 동네 아이들이 배정되는 학교는 갈현초등학교 하나,


    갈현1구역 중간 지점부터 갈현초등학교까지는 대략 1km

    갈현1구역 조합원 C씨
    "통학 거리도 문제되고 좁은 골목이라서
    사각지대가 많습니다."

    갈현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3.7명

    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4천 세대가 입주하면 이 학교 하나로는 학생을 수용하기에 부족할 것이라는 겁니다.

    갈현1구역 조합원 C씨
    "학교 부지가 해제되고 아파트가 세워지면 앞으로 몇 십 년 뒤에 학교를 지으려고 해도 지을 땅이 없게 됩니다."

    갈현1구역 조합장
    "학교를 짓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어요. 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이 어느 것이 더 큰 것인가도 생각해야 하고 교육청에서 빨리 결정해 줘야 한다는 거죠."

    교육청은 어떤 입장일까?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
    "조합에 보낸 내용은 명확한 기준을 확인하고
    당연히 검토된 내용을 공문으로 안내드린 겁니다. 아직 확정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설명이나 그런 것을 밝히는 건 지금 단계에서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수 감소 등의 이유로
    학교 부지가 잡혀 있다 교육 당국의 문턱을 못 넘고 설립 자체가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

    그 학교 부지는 그냥 빈터로 방치되거나
    또 다른 부지엔 아파트가 들어서기도 하고

    그러다 입주민들이 많아지면 다시 학교를 설립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기도 하죠.

    처음부터 이런 갈등을 막을 수 있는 '꼼꼼하고 정확한 대책'은 없는 걸까?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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