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이마져도 이 씨에겐 사치입니다.
통로가 좁거나 경사로가 없으면 휠체어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현장음 】
(조개구이, 칼국수, 회)
(먹을 게 많네. 그런데 휠체어가 들어갈만한데가...)
"잘 찾아야지 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식당을 찾은 이훈재씨는 메뉴를 기다리며 잠시 추억도 회상해봅니다.
【 현장음 】
(부산 송도가서 해상케이블카 탔었데요. 그때가 몇 년 전이야, 오래됐지.)
"진짜 되게 오래됐네."
(그럼요. 한 3년? 2년? 코로나 전이잖아.)
장애인 가운데 여행을 한 번도 안 가본 경우가 75%에 달할 정도로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여행 경험조차 적습니다.
하남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특수차량을 제공해 원하는 여행지에 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훈재 씨는 오랜만에 찾은 바다를 그저 멍하니 바라만 봅니다.
【 현장음 】
(무슨 생각하세요?)
"물이 안 빠진 상태가 더 좋았을 거라고요."
(물이 차 있는 바다 모습이 더 좋으시군요)
네.
예리한 눈빛과 야무진 손.
썩은 곳 없는 지 살펴봅니다.
새싹 삼을 재배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혜리 씨.
지적장애인이지만 썩은 삼을 구별하는 능력만큼은 뛰어납니다.
【 현장음 】
(어떤게 썩은 거예요? 어떻게 알 수 있어요?)
"이런건 썩었잖아요."
(색깔이 변한거요?)
"네, 색깔이 갈색으로 (변한거요,)"
(근데 그게 그렇게 잘 보여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주변의 시선이 차가워 한두달 다니고 그만둔 직장이 여럿이지만 이곳에선 6개월 정도 일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노혜리 / 사회적기업 '해피팜협동조합' 취업자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상처를 쉽게 받고 그래서 거기도 그만두고 안 되겠어서 또 다른 쉼터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처음엔 마음을 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재입니다.
【 인터뷰 】 박영보 교육이사 / 사회적기업 '해피팜협동조합'
"처음에 한 2주 정도는 낯가림을 했어요. 그런데 뭐 어디가나 마찬가지잖아요. 아주 잘 하고 있었고 점점 잘해서 이제는 우리가 스쳐가는 것도 아주 꼼꼼하게 보는 성격인지라 ‘이거 빠졌네요’ 라고 저희한테 AS까지 얘기해 줄 정도로 아주 잘 하고 있고…."
장애인을 돕기 위한 복지사업도 좋지만 직접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을 꿈꾸는 이들.
노혜리씨는 그런 분들에게 희망이자 조언자입니다.
일하고, 운동하고, 여행 가는 게 자유로고 당연한 비장애인들에 비해 장애인들에게는 사치일까요?
이들을 위한 더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해보입니다.
우리동네 다시보기, 류밀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