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후위기③] 언론은 어떻게 '기후범죄'에 동조하는가

정혜련 기자

hchung02@tbs.seoul.kr

2021-08-1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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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기후 비상사태'가 발생했음을 이제는 언론이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기후변화 보도를 위해 세계 주요 언론들이 구축한 조직, '커버링클라이밋나우(Covering Climate Now)'에서 발표한 성명서 서두에 쓰여진 문구인데요.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홍수 등의 이상기후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분명히 알려줍니다.

    생명과 인류사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지구상 가장 중요한 어젠다를 지금까지 언론은 어떤 시각으로 다뤄왔던 걸까요?

    [ON 세계] 기후위기 특집 연속보도, 정혜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 인서트 】팀 휴스 / 신부
    "루퍼트 머독은 입을 꿰맨 듯 기후 과학에 대해 침묵했습니다."

    한 사제가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언론을 비판하기 위해 자신의 입을 직접 꿰매고 있습니다.

    팀 휴스 신부가 침묵시위를 벌인 이 장소는 세계적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매체 '뉴스코퍼레이션'의 영국 지사가 있는 곳입니다.

    【 인서트 】팀 휴스 / 신부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머독의 행동이 세계에 미친 끔찍하고 폭력적인 대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절박함이 그대로 와닿는 장면이죠.

    언론은 지구의 모든 생명과 인류사의 지속 여부가 달려있는, '기후위기' 문제를 그동안 어떤 시각으로, 또 얼마나 중요한 의제로 다뤄왔을까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 각국에서 기후 관련 취재를 한 환경 전문기자에게 물었습니다.
     



    마크 헤르츠가드 (Mark Hertsgaard) <사진=TBS>

    더 네이션 환경 저널리스트 

    Covering Climate Now (CCNOW) 사무총장


    【 인터뷰 】마크 헤르츠가드 / 더 네이션 환경 저널리스트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언론은 기후 관련 보도를 과학보다는 정치적 관점에서 다뤘습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고 '기후 침묵(climate silence)' 문제를 초래했습니다."

    기후위기를 정치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것.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 인터뷰 】마크 헤르츠가드 / 더 네이션 환경 저널리스트
    "과학은 과학이고, 사실(fact)은 사실입니다. 미 보수주의자들과 루퍼트 머독 같은 기후행동 반대론자들은 기후위기가 가짜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언론사들을 위협해 기후 문제를 다룰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겁니다. (기후위기가) 당파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편파적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거죠."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탈원전 정책'을 두고 공방을 벌였던 국내 정치권.

    이 과정에서 탈원전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분석보다는, 여야의 정치적 대립 구도 보도만 쏟아졌습니다.

    정작 기후위기 앞에서 대중들은 정책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정보는 얻지 못한 겁니다.

    시청자들이 기후위기보다는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기사를 원할 것이라는 세계 주요 언론들의 그릇된 판단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마크 헤르츠가드 / 더 네이션 환경 저널리스트
    "언론사 간부들이 기후 관련 보도는 암울하고, 시청자들은 그것에 관해 듣고 싶지 않아 한다고 여기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기후위기 보도는 시청자 수를 감소시키고, 이는 적은 수익을 얻게 한다고 여기는 겁니다."

    사실과는 다른 얘기죠.

    미국 예일대학교와 조지메이슨대학교가 지난해 발표한 '기후 변화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미 주요 언론사 시청자들의 대다수가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위기를 우려하고 있고 뉴스를 통해 더 많은 기후위기 관련 정보를 얻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인터뷰 】마크 헤르츠가드 / 더 네이션 환경 저널리스트
    "언론인으로서 대중이 스스로 알아낼 수 없는 것들을 알리는 것은 우리의 책무입니다. 국회의원, 정치인들에게 질문하는 것이 우리 일이며, 그들에게 책임을 묻고 그들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들을 물어보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담론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도 언론의 책임과 의무였습니다.

    【 인터뷰 】마크 헤르츠가드 / 더 네이션 환경 저널리스트
    "아마 이(해결책) 부분이 기후 관련 기사 중 가장 덜 보도된 부분일 겁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이유는 없죠. 물리적 장벽은 없습니다. 다만 정치적 장벽이 있을 뿐입니다. 루퍼트 머독, 엑손모빌(미 최대석유회사), 공화당을 말하는 겁니다."

    "현재 지구촌 모든 사람들은 '기후 범죄(climate crimes)' 현장에서 살고 있다"

    헤르츠가드 기자가 인터뷰 말미에 한 말입니다.

    40년간 모든 석유회사들이 화석연료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위기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란 걸 예측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이를 숨겼고, 이 때문에 현재 우리는 기후위기를 맞이했다는 설명인데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범죄 현장에서 지금이라도 언론이 해야할 일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ON 세계] 정혜련이었습니다.

    #기후위기 #폭염 #탈원전 #기후침묵 #기후범죄 #기후변화 #기후재난 #기후재앙 #루퍼트_머독 #언론재벌 #언론개혁 #팀_휴스 #1인시위 #TBS #T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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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식품, 휴일, 교통수단 변화로 온실가스 배출량 40%까지 줄여" 

     ▶https://youtu.be/ATRoKRtRj94


     ② 친환경 기업에 '돈쭐' 내주는 ESG…"사회적 목적이 더 많은 투자이익“

     ▶https://youtu.be/H7tYmAR46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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